대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. 저 안에 태풍 몇 개, 저 안에 천둥 몇 개,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.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.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, 저 안에 땡볕 한 달,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. 대추나무야,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! - 장석주의《달과 물안개》중에서 - * 한 알의 대추도 저절로 영글지 않습니다. 천둥 몇 개, 땡볕 한 달의 역경 끝에 익어 갑니다. 하물며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. 베트남을 통일한 호치민의 어록에도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. "절굿공이 아래서 짓이겨지는 쌀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! 그러나 수없이 두들김을 당한 다음에는 목화처럼 하얗게 쏟아진다. 이 세상 인간사도 때로는 이와 같아서 역경이 사람을 빛나는 옥으로 바꾸어 놓는다." (2004년8월19일자 고도원의 아침편지)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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