고도원의 아침편지

임금의 어깨가 더욱 흔들렸다

후광( 구, 군주) 2009. 5. 28. 03:26


  임금의 어깨가 더욱 흔들렸다


임금의 어깨가 더욱 흔들렸다.
내관들이 임금 곁으로 다가갔다.
내관은 임금 양쪽에서 머뭇거리기만 할 뿐,
흔들리는 임금의 어깨에 손대지 못했다.
최명길이 말했다.
"전하, 죽음은 견딜 수 없고
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.
그러므로 치욕은 죽음보다 가벼운 것이옵니다.
전하, 부디 더 큰 것들도 견디어주소서."


- 김훈의《남한산성》중에서 -


* 임금의 어깨가 흔들렸을 때
내관들의 어깨는 더욱 흔들렸을 것입니다.
내관들의 어깨가 흔들렸을 때
남한산성 작은 풀꽃들은 더욱 흔들렸을 것입니다.
영광의 역사도, 치욕의 역사도 강물처럼 흘러갑니다.
이미 흘러간 역사는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.
이미 떠난 목숨도 되살릴 수 없습니다.
다만 그 뜻은 늘 되살아날 것이고,
모든 '남은 자'의 몫입니다.



 

'고도원의 아침편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먼 길을 가네   (0) 2009.05.29
"내가 늘 함께하리라"   (0) 2009.05.28
얼룩말   (0) 2009.05.25
말 한마디와 천냥 빚  (0) 2009.05.25
역사적 순간   (0) 2009.05.22